좋은 땅

Good soil

1/26/20241 min read

bokeh photography of person carrying soil
bokeh photography of person carrying soil

이른 아침, 어둑어둑한 창밖은 오늘 우리의 마음을 아는 듯, 말없이 비만 내린다. 빗방울이 창에 소리없이 흘러내리고, 창밖의 비내리는 풍경은 정적이면서도 우아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우아했던 미스 에디의 장례식날.

99살. 정원과 티타임을 사랑하던, 언제나 화사한 봄날의 꽃과 같던 그녀는,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영원한 생명의 길로 발을 옮겼다.

그녀가 그녀의 정원에서 선물해준 우리 집 앞 마당의 장미덤불이 장례식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

금손인 그녀를 떠나 우리 집으로 온 장미덤불은 감사하게도 뿌리를 잘 내려주어 그녀의 마음처럼 때에 따라 예쁘게 피어준다. 어딜가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잘 뿌리 내리고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의 교회를 사랑했던 그녀. 그녀는 우리가 그녀의 죽음 앞에 모일때, 하나님을 경배하며 찬양하길 원했다. 그녀의 죽음은 끝이 아닌 영원한 생명의 통로이므로...

오늘 아침, 우리는 함께 모여 그녀를 기억하고 소리 높여 하나님을 찬양했다. 모든이의 감정의 깊이와 경건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이 예배당안에서 나는 슬픔속에서도 안식과 위로를 얻는다.

그녀는 1924년에 태어나 어렸을때 미국 경제 대공황을 겪었다. 많은 가정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식량 부족, 기본적이 생활 필수품에 대한 결핍이 있었던 시절.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 하심으로 그 누구보다고 풍족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 늘 풍족하지만은 않았을 그녀의 삶.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삶 가운데 만난 시련과 시험 가운데, 억울하거나 비통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은것에도 감사했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찬양했다.

2024년, 그녀가 눈감았을 때까지, 그녀는 세월의 흔적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는 깊은 내성과 인내가 담겨있었고 눈동자에는 말씀 가운데 삶의 고난을 극복하며 얻은 지혜와 태도가 반영되어 있었다. 인내와 겸손함으로 단장한 99세의 그녀는 지나온 세월만큼 더 단단해진 '좋은 땅'이었다. 하나님께서 씨앗을 뿌리시고 성장하게 하시고 열매 맺을 수 있으셨던 '좋은 땅'.

"정직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 누가복음 8장 15절.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시련중에 믿음을 버릴수도, 염려와 재물과 향락에 막혀 결실을 맺지 못하는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하나님의 말씀을 끝까지 붙들어 인내로 결실하였다.

그녀를 붙드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녀는 그녀의 마음에 받은 하나님 말씀을 붙들고 그 말씀안에 성장하여 결실을 맺었다.

나는 가끔 이 세상의 염려와 재물과 향락에 막힌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의 어깨에는 무거운 염려의 짐을 지고 있으며, 가끔 나의 눈에는 세상의 불안과 고민이 깊게 새겨져 있다. 자꾸만 돋아나는 내 마음 속의 가시덤불. 얽혀버린 가시 덩굴안에 그냥 갇혀버릴까. 용기가 나지 않을때가 있다.

하나님께서는 내 마음속에 자라나는 가시덤불을 자르시고 말씀으로 나를 양육하여 결실을 맺으려고 일하신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머리가 숙여지는 오늘.

나를 '좋은 땅'으로 만들어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란 사실.

"Hold it fast!" 하나님, 나에게 용기를 주신다. 꿋꿋하게, 견고하게 내 마음속에 받은 말씀을 인내로 붙드는 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모두 '좋은 땅'이 되길 기도하는 오늘. 세상의 염려를 내려 놓고, 꿋꿋하게, 견고하게 말씀을 붙잡는 우리가 되길. 우리를 붙드시는 그 분이 있으시니, 우리가 오늘 그 분을 더 의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