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riving after wind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

3/21/20231 min read

person hand reaching for the sky
person hand reaching for the sky

어제 잠을 좀 설쳤는데 오늘 아침 남편이 내려준 커피 덕분에 정신이 조금 든다.

남편이 새로 시도하는 키토 다이어트 덕분에 오늘 아침 커피에는 코코넛 오일이 들어있다.

피곤하여 헐은 입안 가득 부드럽게 감싸는 코코넛 오일.

커피에 코코넛 오일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이 작은 것 하나에도 이렇게 설레고 마음이 기쁘다니... 코코넛 커피를 들고 호호 불며 다이닝룸 창가쪽 내 자리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참 새로운 것들에 대해 쉽게 마음을 주는 호구가 아닌가 하는 비참한 생각.

가만히 보니 이번에 아는 분께서 일년이 안 된 스토브를 주신다고 했을 때에도, 이번 여름에 낡은 욕실을 리모델링 하기로 결심했을 때에도, 그리 기뻐 방방 뛰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 이런 새로운 것들도 언제가는 낡고 오래된 것이 될텐데... 그때에는 또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겠지...

The endless cycle of old and new. 오래된 것과 새 것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이 세상.

"사람이 평생 동안 수고하여 얻는 것이 무엇인가?" 전도서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지나간 것은 금방 잊고 잊혀지는 이 반복적인 세상 가운데 나는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야 하는가 생각이 든다.

코코넛 오일이 한 스푼 들어간 커피를 빤히 들여보다 홀짝 홀짝 다 마셔버렸다.

비워진 내 컵을 보며 전도서가 던진 질문에 답을 해본다.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네..."

내일이면 다시 채워질 컵이지만, 이 반복적인 세상 가운데 나를 진정으로 채워주시는 분은 하나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 그러니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를 내려놓고 나를 채워 주시는 하나님을 더 경외하며 순종하며 살고 싶다라는 소망을 조용히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