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enticity

10/23/20251 min read

a black and white photo of a row of pots
a black and white photo of a row of pots

교환학생들이 놀러와 내가 한국 음식을 만들때면 항상 미안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다. 분명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며 기대하고 왔을텐데... 한국 음식인건 같긴 하나 전통적인 모양과 맛은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음식이 아니라고 하자니 한국적인 맛의 요소가 숨어있긴 하다. 나는 멋젂은 웃음을 지으며 대학생들에게 나의 잡채를 소개한다. 베이비 브로콜리와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나의 잡채는 당혹스럽긴 하지만 풍부한 영양소를 뽐내며 나를 따라 멋쩍게 웃는 듯 하다.

미국 친구들이 오면 나는 적당한 죄책감은 있지만 나의 잡채를 당당히 한국 음식이라며 소개한다. 비록 나의 한국 음식이 겉보기에 미국 음식을 많이 닮아 있을지라도, 어릴 적 부터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하시던 모습 그대로 소금 한 꼬집, 간장 조금, 참기름 휘리릭, 눈대중으로 대충 맞추시던 양념의 비율들이 내가 만드는 음식 마다 정성과 사랑으로 담겨져 있다. 그리움과 정이 담겨있다.

그렇게 때문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일은 내가 맛보고 자란 우리 한국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소개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부족한 맛에도 항상 맛있게 먹어주는 학생들과 친구들을 보면서 중요한건 전통적인 한국 음식이 아니라 나의 마음의 진실성이란걸 느낀다.

나는 어렸을때 새벽녘부터 엄마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시던 소리로 집안이 서서히 깨어나던 집에서 자랐다. 그 추웠던 강원도의 겨울에도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만드시던 엄마의 공기로 집안이 따뜻했다.

우리 아이들은 적어도 지난 10년간 이른 아침 빠른 걸음으로 집안을 걸어다니며 정리하던 엄마의 슬리퍼 소리와 집안에 강력히 울려 퍼졌던 존 맥아더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컸다고 한다. 아이들이 깰까 조심 조심 걸으시던 우리 엄마와 반대로 나는 굉장히 요란히도 집안을 깨웠나 보다. "왕이 돌아왔는데, 누가 헛되이 시간을 보낼 사람이 있겠는가?" <반지의 제왕> 의 잠에서 깬 파라미르처럼 충성과 지혜로 아이들이 일어나 준비된 사람으로 깨어나길 기도했던 아침들... 나는 다른 한국 엄마들 처럼 늘 정성스레 아침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아침을 준비해왔다.

나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완벽하지 않다. 내가 만드는 한국 음식처럼. 하지만 주님께선 내가 완벽한 맛을 내는 것을 원하시는게 아니다. 나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나의 진심으로 나누는 마음을 기뻐하시는 주님.

오늘도 한국 음식의 모양과 맛을 반만 닮은 나의 음식들이 접시에 나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내가 만든 한국 음식들. 미국에서 오늘도 나는 내 기억속에 아직 남아있던 나의 고향을 접시에 담고 나의 소중했던 어린 시절의 대한 감사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모든것이 완벽하지 않지만 나의 진심이 접시에 담겨있다.

내가 몸이 아픈 친구와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할 때에도, 학생들을 위해 음식을 할 때에도 나는 나의 마음과 온 힘을 다해 만들고 싶다고 주님께 기도하는 하루다. 주님께 하듯이, 나의 온 정성을 다해...그리하여 하나님 영광 받으시길. 우리의 진심이 하나님께 기쁨이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