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물

bitter water

10/8/20251 min read

a cup of coffee sitting on top of a wooden table
a cup of coffee sitting on top of a wooden table

나는 늘 필요한 것이 많은 사람. 하나님의 능력을 금방 잊고 당장에 닥친 일에 불평이 많은 사람.

나는 참 편안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늘 아침, 남편과 첫째 아들 다음으로 일어나 커피를 내려 식탁 앞에 앉아 출애굽기를 편다. 아침에 운동하며 땀이 나는 것 보다는 담요를 덮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걸 선호한다. 크리머가 다 떨어져 블랙커피를 마시는 나는, 누가 그 많던 크리머를 벌써 다 썼냐며 몇방울 나오지 않는 크리머를 흔들다가 투덜대며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어본다. 나에게 10월은 크리머의 계절인데... 크리머를 기대하며 한 스푼 더 넣은 커피가루 덕에 오늘 아침 커피는 유난히 더 쓰다.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넌지 3일. 광야로 걸어 들어가 '마라'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쓴물 때문에 백성들은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3일 전,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을 보았음에도 곧바로 쓴물 문제 앞에, 새로운 문제 앞에 쉽게 원망하며 낙심하던 백성들.

쓰디 쓴 블랙커피를 마시며 출애굽기 15장의 이야기를 읽고 있던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나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일들을 자주 잊곤 한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 앞에 가끔 불평하는 나를 발견한다. 삼일이 아니라 하루도 안걸리는 날이 있다.

이스라엘의 불평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애굽기 16장 2절에 광야에서 또 불평하는 이스라엘을 마주한다. 사회적 거울 치료가 이런 것인가? 이스라엘을 통한 나의 행동을 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며 베푸신 놀라운 은혜에도 백성들은 자주 불평하고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 세대도 있었다는 사실. 고린도 전서 10:6,11 에 바울은 이스라엘의 불평과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함이 우리에게 거울이 되어 우리도 그들처럼 악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해 주고 있다.

나는 오늘 아침, 아직도 따뜻한 블랙커피를 담은 머그를 두손에 꽉 쥐고, 머리를 숙여 사도바울을 생각한다. 온갖 핍박과 감금, 채찍, 굶주림, 신체적, 영적으로 겪는 압박... 극심한 고난에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죽음 직전까지 떠밀렸던 위기의 순간에도 불평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뻐할 수 있었던 바울. 그는 로마서 5장 3절과 4절에 우리가 고난 중에서도 기뻐하는 것은 고난은 인내를, 인내를 연단된 인격을, 연단된 인격은 희망을 갖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바울은 우리가 겪는 고난이 단순한 불행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단련하고 우리를 성숙한 신앙인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다는 영원의 확신이 그를 기쁘게 하였다.

나는 조용히 예수님을 생각한다... 나의 믿음의 근원이신 예수님...나의 믿음을 완전케 하시는 예수님...

우리의 여정 가운데 '쓴물'에 다랐을때, 히브리서 12장에서의 말씀처럼, 우리의 피곤한 손과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워 바른 길을 가길... 나의 마음에 독을 품은 쓰라림의 뿌리가 자라지 않길... 그리하여 하나님의 교회가 나로 인해 병들지 않도록 하나님 나를 도우시길...쓴 뿌리와 같은 사람들이 생겨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더럽히지 못하게 하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의 믿음을 치유하시고 회복하시길 기도해본다.

우리 마음 가운데 '독한 열매를 맺는 독초의 뿌리' (신명기 29:18)가 생겨나지 않도록, 미혹되어 우상숭배하며 하나님께 범죄하지 않도록 하나님 우리의 마음을 지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