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
6/11/20231 min read
너무나도 바빴던 5월이 지나간 와인딩 힐스에는 밀린 빨래들과 어수선함이 널려있다.
아침부터 구석 구석 숨어있던 먼지들을 드러내어 쫒아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운 이 기분. 또 어디를 드러내 볼까... 아이들은 누가 집에 오냐며 청소하는 나를 의아해 한다.
안절 부절 왔다 갔다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굳이 안보이는 곳을 이렇게 까지야...하는 불량한 태도로 나를 도운다.
아이들의 옷장을 청소하며, "세상에, 세상에!...." 절로 나오는 나의 탄식.
이래야 나의 마음이 편해지니 너희도 어서 나를 도와 다 드러내자 하는 엄마의 태도에 아이들은 벌써 지쳐보인다.
나도 지쳐 짜증과 화만 나는 이 상황. 그러니까 이렇게 쌓이기 전에 매일 매일 습관처럼 했으면 되지 않는냐 훈수를 놓으며 청소하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들쳐낸 곳을 정리하는 것이란 참 힘들다. 그냥 덮어둘걸... 이미 들쳐낸 것들을 그냥 덮어 두기란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나는 왜 청소할 때 이렇게 화가 날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는 남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는 것 같다. 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아직도 청소할 것들이 끝도 없는데. 나도 이만하면 됐지, 이제 그만 들추자. 그냥 묻어두자. 마음을 쉬어본다.
그만하자는 엄마의 한마디에 아이들은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저마다의 쉴 공간을 찾는다.
반드시 해야 할 청소였지만 예고에도 없던 구석 구석을 들쳐냄은, 아이들을 닦달하여 나의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나의 죄로 얼룩진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과도 같다.
원하는 것이 '깨끗함' 이라면 시간을 주어 천천히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지혜일 텐데, 원하는 것이 반드시 '지금'이여야 하니, 그것을 얻기 위해 화를 내는 내가 부끄럽다.
때로는 그냥 두어야 하는 것들이 있는것 같다. 예를 들면 잘잘못을 따지는 것. 기어코 들쳐내어 모든 것을 깨끗이 따져 보겠다하는 자세는 많은 이들을 피곤하게 한다. 모든 것을 들쳐낸다 한들, 과연 다 깨끗해질 수 있을까.
사랑과 인내와 겸손으로 들쳐내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거기 두고, 그냥 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꼭 사실을 바로 잡지 않아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그냥 둘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인내와 겸손으로 허물을 덮어줄수 있다면...
내가 나의 명예와 영광을 옹호하지 않고, 가끔은 따가운 시선도 견뎌낼 수 있다면...그리고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이 주님이 영광이라면 사랑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이 나의 명예와 영광이니 화가 나고 사랑할 수 없다.
주님이 오시는 날엔 어둠속에 감추어진 것을 밝혀내시고 사람들의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시고 각 사람이 하나님께 칭찬을 받을 것이니, 나도 바울처럼 사람들에게 판단 받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않고 인내속에 이웃을 사랑해야 함을 배운다...
나의 명예와 영광을 내려놓고 주님의 임재속에 주님의 영광만을 생각하는 삶. 코람데오를 마음속에 되뇌인다.
침대밑, 아이들이 몰래 먹은 캔디 껍질들의 흔적들을 내 바지 주머니에 넣어본다. 아이들이 감추고 싶던 비밀들을 나도 덮어 주고, 다시 한번 코람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