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ld Thing
3/22/20231 min read
낙하산을 만든단다.
막내 벤이 전전 긍긍하며 비닐봉투를 자신의 책가방에 줄로 묶어 매고 어떻게 하면 이 가방이 열리며 비닐봉투가 멋지게 펼쳐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봉투를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가방을 등에 메고 쇼파 위에 올라가 뛰어 내리며 테스팅을 해보기만 몇번째...무엇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다시 봉투를 떼어 내고 심각하게 앉아서 고민하던 벤.
그러더니 낙하산 만드는 것을 잠시 중단하고 비닐 봉투와 마구 잘라버린 끈들이 난무한 바닥에 벌러덩 누워 또 어떤 위험한 모험을 상상하는지 천장을 뚜러져라 쳐다보고 있다.
너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찡긋한 너의 눈썹이 이번에도 와일드하다는걸 미리 말해준다.
장난감 병정들을 모아 세워 놓고 거실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탱크가 그들 앞을 막고 있고 헬리콥터가 그들 위를 아찔하게 날아다닌다.
두구두구두구, 삐요 삐요... 얼마나 긴급한 상황인지 벤은 쉴새 없이 효과음을 내고 있다. 너무 긴급한 상황이라 나도 거실에 엎드려 벤의 전쟁 얘기를 듣는다.
사무엘이 고장난 비비건을 고치기 위해 테이블 위에 스크루드라이버와 나사못, 비비건 부품들을 어수선히 늘어 놓았다.
나는 이 어수선한 테이블 위에 비비건 부품들과 나사못들 사이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가 나의 노트북과 커피잔을 놓고 '나도 이 테이블 좀 써야 겠다.' 화내지 않고, '으흠' 기척을 낸다.
뜨거운 커피잔 밑의 코스터와 가지런히 쌓아 놓은 노트북 옆의 나의 책들이 나는 얼마나 문명적인 사람인지 남자아이들에게 과시하는 듯 하다.
벌레, 도마뱀, 로봇, 공룡, 상어, 무기, 탱크, 풋볼...나와는 너무 다른 너희들. 나에겐 위험하고 징그러운 것들이 너희들에게는 멋지고 중요하구나.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아주 어렸을적 부터 공룡을 좋아하던 너희는 너희의 하나님 아버지를 닮았구나 깊이 생각하게 한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셨듯이, 너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공룡을 보고 감탄하고 좋아하는구나.
너희는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정의를 추구하며 약한자를 위해 싸우고 악을 미워하며 모험을 좋아하고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구나.
너희는 너희의 하나님 아버지의 형상대로 지어졌단다.
그분의 형상대로 훌륭하게 지어진 너희는 그분의 형상이 너희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라.
자랑스러워 하거라.
세상 누구도 너희를 패배자라 부를수 없으며, 보잘것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기억하거라.
너를 만드신 분은 거룩하시고 신실하시며 정의롭고 자비로우시단다.
또한 그분은 은혜로우시며 쉽게 노하지 않으시고 사랑과 진실이 풍성하신 분이다.
너는 그분의 형상을 지고 있으니 그분을 닮는 아들들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산의 꼭대기가 있으면 바다 저 밑에 해구가 있듯, 아름답지만 위험한, 또 기쁘지만 슬픈, 이 세상의 모든 모험을 창조하신 너의 하나님께서 너희와 동행하심을 잊지 말고 너는 가서 이 모험을 즐기거라.
너희를 사랑하는 엄마가.